[이하의 내용은 한국은행이 발행한 경제금융용어 700선을 바탕으로 작성함]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양적완화를 했다?
이 말의 의미와 각각의 개념에 대해서 좀 자세히 살펴보자.
1. 중앙은행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은 "독점적 발권력(화폐를 찍어내는 능력)"을 바탕으로 크게 다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첫 번째로는 금융기관에 부족자금을 대출하는 "은행의 은행" 기능,
두 번째는 정부의 세입 및 세출을 관리하고, 필요시 부족자금을 대출하는 "정부의 은행" 기능,
세 번째로는 "통화량"과 "금리 조절"을 통해 물가안정 등 "거시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통화 정책" 기능과, 최종대부자의 기능(*주1), 거시건전성을 기능을 통해 "금융안정"에도 기여한다.
사실 중앙은행이 처음부터 위에서 언급한 기능을 모두 수행한 것은 아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진화하면서 여러 기능이 추가되었는데,
특히 통화정책과 관련하여서는,
1930년대 대공황을 계기로 많은 나라들이 "금본위제도"를 포기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중앙은행은 금과의 연계가 단절된 화폐를 발행하고, 재량적으로 통화를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통화량과 물가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통화의 방만한 공급을 차단하여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통화정책의 주된 목표로 일반화되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였다.
특히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세계경제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의 폐해를 경험하면서 통화정책의 목표로서 물가안정의 중요성이 더욱 확고해지고 통화정책은 거시경제정책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중앙은행의 효시는, 1694년에 설립된 영란은행(Bank of England)을 꼽는다.
당시 영란은행은 상업은행이었으나, 정부의 은행 역할을 수행하면서 화폐발행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받게 되면서, 점차 "은행의 은행" 기능을 확대하며 오늘날과 같은 중앙은행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20세기 이후에 "금본위제"가 폐지되고, 화폐의 (적정)관리가 중요해지면서, 통화량 금리 환율 등의 관리를 통해 물가안정을 포함한 거시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통화신용정책"이 중앙은행의 핵심기능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70~80년대, "석유파동 외채위기" 등에 따른 물가불안과 경기침체에 대응하여 거시경제 안정화 노력을 강화하였고, 이 과정에서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있었다.
1990년대 이후에는 금융자유화 등을 배경으로 새로운 금융상품이 출현하는 등 통화량 관리에 한계를 보이면서, 한국은행을 비롯한 다수의 중앙은행이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하였다.
한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거시건전성 정책"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편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은 한국은행이다.
1950년 6월 12일 「한국은행법」에 의하여 설립되었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제도가 정비되어 왔는데, 현행 「한국은행법」은 한국은행의 설립목적을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 및 집행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하고 이 과정에서 금융안정에도 유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1)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기능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일시적인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 금융기관에 대해,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부족자금을 신속하게 대출해주는 기능을 말한다. 즉, 개별 은행에 대해 예금인출 요구가 일시에 몰릴 경우, 지급능력의 유무와 관계없이 유동성 부족상태에 직면하게 되고, 이는 해당 은행의 파산, 나아가 은행의 연쇄 도산 등으로 이어져 국민경제적으로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중앙은행이 시중에 충분한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사람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위기의 확산을 방지하여 전체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기능 수행 시에는 금융기관의 과다차입 및 도덕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장금리보다 다소 높은 수준의 대출금리가 적용된다.
이와 같은 기능은 중앙은행이 독점적인 발권력을 가진 데 따른 것으로써 중앙은행의 중요한 고유기능의 하나이다. 한편 최종대부자 기능의 개념은 최근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즉,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중앙은행은 금융안정 회복을 위해 개별 금융기관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였는데, 이를 전통적인 최종대부자 기능과 구분하여 최종시장조성자 (market maker of last resort) 기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 연방준비제도연방준비제도(FRS)/연방준비은행(FRB)
미국의 중앙은행 제도를 "연방준비제도(FRS; Federal Reserve System, 줄여서 "연준"이라 표현한다)"라고 한다.
연준은, 1907년 금융공황 후 그 대책으로서 1913년에 제정된 연방준비법(Federal Reserve Act)에 의해서 창설되었다.
동 제도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Board of Governors)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를 정점으로 이들을 지원하는 본부와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FRB; Federal Reserve Bank)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상원의 승인을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7인의 전임이사로 구성되며,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지역 연방준비은행을 통할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공개 시장운영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기구이며, 연방준비은행에 대해서 지정한 공개시장운영 의 실시를 명할 수 있다. 한편, 지역 연방준비은행은 12개 지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며, 금융기관 지급준비금관리, 재할인, 지급결제, 연방준비권의 발행, 가맹 주립은행에 대한 업무감독, 국고대리업무 등 연방준비제도의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3. 양적완화
양적완화정책(QE; Quantitative Easing)이란,
중앙은행은 금리중시 통화정책을 시행한다.
그런데 정책금리가 제로 수준에 근접하게 인하하였음에도,
즉 추가적인 정책금리 인하 여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제 회복이 당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함에 따라,
장기금리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국채 등을 무제한으로 매입하는 방법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함으로써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확대하는 정책을 말한다.
이러한 양적완화정책의 시초는 일본이다.
2001년 3월 일본은행이 "제로금리" 하에서,
일본은행 당좌예금잔액을 확대하는 정책을 도입하면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또한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당시,
실물부문으로 빠르게 금융위기의 여파가 확산,
즉 주요 선진국의 경기침체가 심화되자,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은 전통적인 통화정책(금리인상/인하)의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인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게 되었다.
양적완화는, 통화정책의 완화기조(장기금리 인하)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줌으로써,
민간 경제주체들의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거나,
금융시장 유동성 사정 개선 및 위험회피 심리 완화로 금융기관의 "대출"이 늘어나는 등의 경로를 통해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양적완화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민간 경제주체들의 과도한 수익 추구 행위 등으로 금융불균형(즉 빈부격차)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중앙은행은 양적완화정책으로 크게 늘어난 보유자산 규모를 경기회복세에 접어 들었을 때 점진적으로 축소하게 되는데, 그 축소 속도가 경기회복세에 비해 더딜 경우, 이러한 과잉 유동성이 자칫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화량이 많아지면, 통화 가치가 하락하게 되고, 물건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한편 양적완화정책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질적완화정책(Qualitative Easing)"이 있다.
이는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는 확대하지 않으면서, 중앙은행의 자산구성을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중앙은행은 대부분 무위험자산 중 하나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중 일부를 신용위험이 있는 채권(예를 들어 회사채)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즉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서 신용위험 채권을 매입하는 것을 의미함)함으로써 금융시장
의 신용경색을 타개하고자 하는 정책수단이다.
4. 제로금리 정책
금융기관 간 여유자금(또는 부족자금)을 빌리는 "단기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초단기 자금의 금리(우리나라에선 이를 콜금리라고 한다)를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통화정책을 말한다.
중앙은행이 단기금리를 제로 근처로 유도하는 것은, 시중의 유동성을 풍부하게 하여 금융경색을 억제하고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인 것이 보통이다.
앞서 설명했던 일본의 경우, 1999년 초 일본은행이 경기활성화를 위해 콜금리를 0.02%까지 떨어뜨리며 제로금리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당초 기대만큼 소비나 투자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2006년 7월 제로금리정책을 폐기한 바 있다.
5. 유동성 함정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이란,
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 확장 통화정책이 투자나 소비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경제가 침체될 것으로 예상되면,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한다.
그러나 금리를 계속 낮추는데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이 이후에 명목이자율을 더 이상 낮출 수 없어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진작은 어려워지는데, 이를 곧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표현한다.
유동성 함정이 존재하는 경제 상황에서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상황이 일어난다.
(1) 일반적으로 수요가 감소하여 경기가 침체되고, 물가는 하락한다.
(2) 만약 경기가 계속 침체하여,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명목이자율이 일정할 경우 실질이자율이 상승하게 된다.
예를 들어 명목이자율이 0%이고, 물가상승률이 -3%(물가가 하락한다는 의미)라고 한다면 실질이자율은 3%가 되는 식이다. 즉, 유동성 함정 하에서 명목이자율이 0%에 가까운 매우 낮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가계와 기업이 직면하는 실질이자율은 오히려 높은 수준이 유지되어 투자와 소비가 감소한다. 이러한 "총수요 감소"는 추가적인 물가 하락과 이에 따른 실질이자율의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는 악순환에 들어갈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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