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아이돌그룹 멤버가 ‘가스라이팅 했다’는 폭로글이 게시판에 올라오며 논란이 됐는데,
얼마 전에는 또 모 여자 연예인의 가스라이팅이 한 동안 가십거리가 되기도 했다.
대체 "가스라이팅"이란 뭘까?
사전적 정의로는, 타인의 현실 감각, 상황 등을 "교묘하게" "조작"해 피해자가 자신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피해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사회 생활 중에 가스라이팅이 일어나는 상황으로 예를 들어보겠다.]
직장에서 팀장 A가 팀원 B에게 하는 행동을 한 번 보자.
1. 팀원 B가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팀장 A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는 일이 없다.
팀원 B의 실수와 의도는 "확대 해석"하며, "비난"하기까지 한다.
2. 팀원 B가 일을 잘해도, 이내 "평가절하"하면서 팀원 B의 기를 죽인다.
3. 팀장 A 자신의 실수를 팀원 B의 잘못인 것처럼 슬쩍 "전가"시키기도 한다.
4. 예전에 일어났던 사건과 자신이 했던 발언에 대한 팀원B의 기억을 "왜곡"시키는 것도 일상다반사이다.
5. 만일 팀원 B가 조금이라도 반발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다른 꼬투리를 잡거나 팀원 B의 태도를 문제삼는다.
화를 내거나 표정이 띠꺼우면, 왜 "별거 아닌 걸"로 예민하게 그러냐고 몰아세우기도 한다.
6. 더 나가서, 팀장A는 주변 사람들에게 팀원 B에 대한 뒷담도 서슴지 않는다. 이렇게 부족한 팀원임에도 본인이니까 품어줄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한다.
7. 팀장 A가 팀원 B에게 자주 하는 말들은 다음과 같다.
"윗사람이 가끔 틀린 말을 해도, 그걸 받아들이는 게 팀원의 역할이다."
"이게 다 너를 위해 하는 얘기다 (또는 나니까 이런 얘기하는거야)"
"옆팀 C 봤지? 그 팀 팀장(D)한테 하는 거 봐라. 나 같았음 아가리를 찢어버렸을건데..."
"내가 사장님한테 인정받는 거 알지? 내 말만 믿고 따라오면 돼."
"야 넌 팀장한테 하는 말투가 그게 뭐냐"
직장에서 흔하게 접하는 상사일지 모르겠다.
그냥 "꼰대"려니...하고 넘어가야 하는 걸까?
팀장A는 단지 흔하게 볼 수 있는 "또라이 직장 상사"의 전형일까?
팀원 B는 결국 자기 스스로를 의심한다.
자심감은 떨어지고,
실수도 잦아진다.
결국 직장생활은 소극적으로 변하고,
심지어 자존감까지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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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대상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서,
대상이 자신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대상을 정신적으로 자신에게 "예속화" 시키는 행동이 바로,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다.
가스라이팅의 어원은,
영화 '가스등'(1948년, 잉그리드 버그먼, 샤를르 보와이에 주연 스릴러 영화)에서 비롯됐다.
영화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남편(잭)은 보석을 훔치기 위해 자신의 윗층에 사는 어떤 유명인을 살해한다.
다락방에 있는 보석을 찾기 위해서는 "가스등"을 켜야 했는데,
가스등을 켜면 가스를 나눠 쓰는 다른 방의 불이 어두워져서 들킬 위험이 있다.
남편이 다락방에서 불을 켜고 물건을 뒤질 때마다, 아내가 있는 방은 불이 어두워진다.
이를 들키지 않기 위해, 남편은 집안의 물건을 숨기고 아내가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몰아세운다.
그리고 아내가 가스 등이 어두워지고, 다락방에서 소리가 난다고 하자,
남편은 아내가 심지어 미쳤다고 몰아세운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아내도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자기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점점 신경쇠약과 함께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빠지게 되며 자존감이 낮아진다.
결국 남편이 놓은 정신적 덫에 걸려, 남편만을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버린다.
여기서 남편이 아내를 정서적으로 지배하고, 이에 아내가 수긍하는 행태를 심리학적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가스라이팅"이다.
이렇듯 "가스라이팅"을 하는 건, 흡사 "상대방을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을 조종하는 방식이다.
이는 물리적 강압이 없었을 뿐, 정서적인 억압, 더 나아가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
[도대체 왜 가스라이팅을 하는 걸까?]
큰 틀에서 가스라이팅은, 가해자가 "이득"을 얻기 위해 타인을 조정하는 행위인데,
첫 번째로는, "소시오패스"적 성향의 사람이 금전적(또는 물리적) 이득을 얻고자 타인을 조정하는 경우를 들 수 있고, 두 번재로는, "자기애성 인격"인 사람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결국에는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듦으로써, 스스로 "자기애적 욕구"를 충족하는 경우이다.
[가스라이팅이 일어나는 관계]
가스라이팅은 남녀간의 관계 뿐 아니라, 위에서 살펴봤듯 직장, 가정과 학교, 군대, 심지어 친구 사이 등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곳이라면 일상 생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주로 "수평적"이기 보다, "비대칭적 권력" 상황이 구축되면서 나타난다.
직장에서는,
직장 "상사"가 자신의 "권위"에 쉽게 "복종"하게 만들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도,
"부모"가 "아이"를 "통제"하기 위하여, "무심코" 일어나기도 한다.
[가스라이팅의 발생 매커니즘]
주로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공감능력"과 "동정심"을 이용해서 피해자를 통제하고 조정한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비난하는 한편, ‘나니까 너를 받아준다’라는 메시지를 주며 피해자를 안심시키고, 길들여 나간다. 반면,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구도"가 된다.
가해자는 부족한 피해자를 자신이 받아주었다는 "자기애적 욕구"를 충족하는데, 급기야 스스로를 "너무 착하다"고 생각하기까지 한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반복적인 비난으로 인해 자기의심을 지속하게 되고, 종국적으로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받아주었다"는 만족감 내지 의존 욕구를 충족시키게 되기에 이른다.
또 가스라이팅은 "경계선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관심"과 "간섭"의 경계에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가 가해자의 가스라이팅을 "관심"이라고 생각하면서 피해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가족같이 아주 친밀한 사이인 경우, "가스라이팅"이 "가족간의 사랑"으로 왜곡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렇게 교묘하게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기에, 대부분 제3자가 (피상적으로) 봤을 때에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피해자가 문제"라고 비쳐지기까지 한다.
이렇듯 가스라이팅이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면서, 피해자, 심지어 가해자 조차 가스라이팅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족과 친구, 직장관계 등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피해자만 (속으로) 끙끙 앓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가스라이팅 체크리스트]
이런 경우 의심해보자.
1. 나만 유독 "사과"를 한다.
2. 그(녀)의 앞에서는 불필요한 "변명"을 하게 된다.
3. 그(녀)의 행동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변명한다.
4. 내 스스로 "의심"하고 "점검"한다.
5. 그(녀)는 자신(만)을 의지하게 만든다.
6. 왠지 몰라도 결국 그(녀)의 방식대로 일이 진행된다.
7. 그(녀)에게 '너는 너무 예민해', '나는 그런 이야기한 적 없어.' 등의 말을 들은 적 있다.
8. 그(녀)를 만나기 전 잘못한 일이 없는지 점검하게 된다.
9. 그(녀)가 윽박지를까 봐 거짓말을 하게 된다.
10. 그(녀)는 스스로 도취되어 있다.
11. "모든 것에 있어 내 말이 맞다"는 식의 그(녀).
12. 그(녀)가 하는 말과 행동을 주목해보자.
- "언행불일치"가 있지 않은지?
- "내로남불" 유형인가?
13. 그를 알기 전보다 자신감이 없어지고, 삶을 즐기지 못하게 됐다.
만일 위와 같은 유형이라면,
'아... 이사람이 나를 세뇌하려고 하는 구나...'
...라는 의심을 갖길 바란다.
그리고 그 사람과는 "거리 두기"를 시작하자.
때로는 아주 단호하고 강하게 끊어내야 할 때도 있다.
인생의 경험이 많은 사람들 또는 친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겠다.
무엇보다도 이것을 유념하자.
It's not your fault.
그건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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