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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대잔치

월급 노예의 월급 중독에 대한 고찰

by 149c 2021. 7. 16.

블랙스완으로 유명한, 나심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는 이렇게 얘기했다.

 

"인생에서 가장 해로운 중독 세 가지는 "헤로인", "탄수화물", 그리고 "월급"이다."

 

 

오늘은 그 중 "월급 중독"에 대해서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보기로 한다.

 

요즘 많은 유튜버들이 경제적 자유, 파이어족을 외치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자산 가격이 폭등하며,

시류를 타고 모두들 "가즈아~"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누가 가즈아 소리를 내었는가?

출처 : KBS 드라마 "태조왕건" 중에서

 

부동산도 오르고,

주식도 오르고,

식, 음료비도 오르고,

 

모든 자산 가치가 다 오르는데,

 

내 월급만 그대로다.

정말이지 작고 소듕한 내 월급..

 

주식 투자에서 조금만 신경을 써주면, 노력 이상의 성과를 얻어내기도 하는데,

회사에서는 내가 노력한 만큼 추가 보상을 얻어갈 수가 있는가?

 

아니.

 

그러다보니, 

가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난 누구고 또 여긴 어딘가?

 

도람뿌와 문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는 병사의 외침.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회사라는 생태계는 그런 곳이 아니다.

 

나의 노력에 의해서 회사가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가장 많은 혜택을 보는 건 내가 아닌 결국 주주다.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주주가 주인, 종업원은 노예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그래.

직장인은 월급과 인센티브라는 Cap(한도)이 씌워져 있다.

 

더군다나 영업직, 연구(기술)직과 같이 성과를 확연히 만들어내는 부서가 아닌 이상,

타 직군의 경우 성과와 보상의 체계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물론 금전적 보상이 아닌, 승진 등의 다른 인센티브가 부여되기도 하지만,

승진과 같은 당근을 눈 앞에서 알량알량거려도,

요즘 시대에 그것을 위해 매진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출처 : 픽사베이

주인 : 열심히 일하면 당근을 먹을 수 있다규!

말(노예) : 됐다 치아라. 드러버서 안묵는다.

 

물론 그 인센티브란게 누군가의 연봉에 필적할만큼 어마무시한 굴지의 기업들은 예외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알고 있다.

 

임원은 특정 소수를 위한 자리이며,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확률은 낮고,

자신의 현실적 한계는 차, 부장이며,

정년이 보장되는 특정한 회사가 아닌 이상 50대가 마지노 선이라는 것을...

 

노력과 보상의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직장인이라면,

보상의 한계를 경험한 이후에는,

노력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즉 노력을 100만큼 하면, 100의 보상이 주어지는 것을 기준점으로,

 

합리적인(?) 직장인이라면,

 

노력을 110만큼 하면, 110의 보상이 주어진다면 110만큼의 노력을 할 것이고

노력을 110만큼 해도, 100의 보상이 주어진다면 100만큼만 노력할 것이고,

노력을 100만큼 해도, 90의 보상이 주어진다면 90만큼의 노력을 하려 할 것이다.

 

받은 만큼 일하겠다는 마인드.

 

그러나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10원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서 최저가 비교를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민족이 아닌가?

 

보상의 한계치가 명확하다면,

더욱더 노력의 강도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보상의 총량이 110 정도에 불과(?)하다면,

노력을 100 → 90 → 80 으로 낮추되,

잘리지 않을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며,

최대한 효율을 늘리는 것을 선택하려고 한다.

 

심지어는 스스로를 "월급 루팡"이라 자처하며,

이러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특히 이전의 세대들과 달리,

최근 90년대 생 이후의 세대에게 있어서

직장이란, 돈을 벌기 위한 수단 그 이상과 그 이하도 아니다.

 

그들은 9 to 6 이후의 시간을 직장에 할애하는 것을 극혐하며,

개인의 사생활 또는 워라벨을 침해하는 존재 또한 극혐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예전 세대들에게 사용했던 "가스라이팅",

즉 가령 이런 것들,

 

로열티를 가져야지.

김 대리 내년엔 승진해야지.

회사가 네 노력을 몰라주겠니?

 

...와 같은 쌉소리들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와... 적으면서도 소름돋네...)

 

그나마 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동기부여는,

자기계발이다.

즉, 내가 하는 업무가 나의 미래와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

 

시대상황과 요즘 세대들의 생각.

그 속에서 회사의 오너들이 직원들을 동기부여하고, 회사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 또한 스스로를 가끔 "사노비"라고 소개한다.

사실 이는 스스로를 비하하는 표현이자,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계신, 전국의 수 많은 사노비들에 대한 실례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회사의 주인은 엄연히 주주이다.

이는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주인이 있다면,

주종관계에 있어서 (당연한) 반대적 개념으로의 종,

즉 노예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떠한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결국 직장인은 노예다.

 

1. 하루 8시간 이상의 시간을 온전히 주인에게 내어드리고,

2. 그 시간 동안 주인(또는 주인이 권한을 위임한 주인의 대리인)의 지시를 충실히 따른다.

 

다만 과거의 노예와는 달리,

 

1. 종속관계에서 노동과 시간을 제공하는 대신, 상당히 큰 대가를 지급받고,

2. 우리는 우리의 신체와 양심 등에 대한 자유를 보장받고,

3. 법과 계약을 통해 우리의 권리를 보장받고, 의무의 한계를 설정한다.

4. 정해진 시간 이후에는 (가급적) 자유가 보장된다.

 

적어놓고 보니, 꽤 괜찮은 노예다.

우리가 왜 기꺼이 이러한 자발적 노예가 되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가 자발적 노예가 되기로 선택한 이유.

그건 바로 자유에는 대가가 따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자유인,

즉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대가가 필요한데,

그 대가란,

자본 즉, 돈 (그것도 꽤 많은), 

또는 돈을 벌 수 있는 능력(기술, 인맥, 담보, 자격 등)이 그것이다.

 

돈은 부모가 돈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많이 가지고 있을 리가 없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능력이 부족하다(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또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과 그 자본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는 이상,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이 시스템 하에서는 도태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합리적인 우리가 생각했을 때,

1. 돈이 없다.

2. 자본가가 될 만큼의 능력이 없다.

3. 부단한 노력...힘들다.

 

반면에,

 

1. 월 정기적인 income이 발생한다.

2. 정규직으로 계약할 경우 잘릴 가능성이 낮다.

3. 내 능력에 적합한 task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4. 정해진 범위 내에서만 노력하면 된다.

 

이와 같은 사유로 우리는 자발적인 노예가 되기로 했다.

기왕 노예가 되려면,

좋은 주인을 만나야 되지 않겠는가?

 

좋은 주인은,

1. 월급도 많이 주고,

2. 복지 혜택도 상대적으로 뛰어나다 (의료비, 양육 수당, 주거비 지원 등)

3. 심지어 워라벨과 권리 보장도 뛰어나기도 하다. 

4. 주인의 신용이 좋을 수록,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의 규모가 커지고 금리도 낮아진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주인을 위한 자발적 노예가 되기 위해,

4년제 대학을 그것도 대출을 받아가면서까지 다니게 된다.

 

우리가 월급에 중독됐냐고?

 

맞다.

우리는 위에 열거한 사유로 인해 중독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사실...주인이 날 버리기 전까지 난 그에게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

탄수화물 보다 더 달달하거든.

 

그래서 월급 중독은 해롭지 않냐고?

 

그말도 맞다.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서 회사라는 주인을 빼고 나면,

나에게 무엇이 남을까? ...라고 생각했을 때 늘 아찔하다.

 

하루 아침에 주인 없이 맨몸으로 자본시장에 던져진다면,

나는 어떻게 밥을 빌어먹고 살 수 있을까?

 

내가 가끔은 비웃기도 했었던,

가난한 자유인들은...

젊었을 때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20년이 지난 뒤 결국 한 번의 성공으로,

큰 집, 삐까뻔쩍한 차, 화려한 옷,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고 있겠지만,

 

명예퇴직 또는 권고사직을 당한 나는

무엇을 해야할지조차 몰라 헤매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아찔한 미래를 상상하면서,

이 해로운 월급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인가 필요하다.

 

그래서 현명한 노예들은,

주인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한다.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필요한 준비는,

1. 자기계발과,

2. (주식,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이다.

 

명심하자.

 

우리는 주인과 일로 만난 사이다.

언젠가는 이별해야 될 사이다.

회사는 기꺼이 노예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우리가 가장 젊고 능력치가 높을 때 우리의 자유를 가져가 사용한다.

그래서 우리의 가장 큰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만큼 월급중독은 해롭다.

 

그러니 가급적 가장 좋은 주인을 만나야한다.

우리의 미래, 즉 헤어진 이후에도 도움이 되는 주인을 만나야한다.

 

이와 별도로 우린 우리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그게 투자든, 자기계발이든...

그걸 준비하지 못하면 못하는 만큼 월급 중독은 해롭다.

하지만 반대로 그 준비가 잘 되어가면 잘 되어갈 수록  

월급 중독은 해롭지 않다.

 

내가 잘 준비되어 있을 수록,

난 기꺼이 내 자신을 사노비로 당당하게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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